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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해당되는 글 1

  1. 2019.02.11 계획된 우연
2019. 2. 11. 15:20

계획된 우연 Short story of Mi Aye2019. 2. 11. 15:20

계획된 우연

   "계획된 우연!" 정말 나에게 인상 깊은 말이다. 내가 내 인생의 일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초등학교 3/4학년에 다니고 있었을 때인가? 우리 오빠와 같은 반에 다니고 있는 모범생 언니가 우리 집 앞으로 이사 왔고 같이 어울리게 되었다. 우리 오빠가 나보다 3살 많으니까 중학생이였을 것이다. 어느 날 그 언니들끼리 '우리는 커서 대사관에서 일할 거야. 그러려면 외국어를 잘해야 되니까 외국어대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등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나는 어린 초등학생이라 순간적으로 '아~ 나도 외국어대학교에 들어가야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크고 나서 그 언니는 경영대학에 입학했고, 3년 후에 나도 수능시험에 응했고 결과 나올 때까지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 3개월의 시간을 어떤 이들은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어떤 친구들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보냈는데 나는 동네 아줌마 집에 가서 공짜로 재봉술을 배우면서 보냈다. 3개월 후 수능 결과가 나와 합격했기에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되는 순간이 왔다. 점수는 흔히 미얀마 학생들이 꿈 꾸는 의대 들어갈 만한 점수가 아니었고 양곤 외대를 2번째 우선 순위에 넣었다. 학과는 아무 생각 없이 입학 가이드 북에 나와 있는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중국어, 영어, 프랑스, ... , 독일어, 한국어, ... 순으로 적어서 올렸다. 나는 독일어학과에 입하하게 되었으나 입학허가 서류가 우리 집에 1주일 늦게 왔다. 그래서 서류를 받자마자 빠른 시일 내에 양곤 외대에 가서 등록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1주일 늦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영어 아팔벳을 독일어 발음으로 해야 되고 그런 독일어가 나에게 많이 낯설었다. 게다가 선생님이 내가 그날 처음 수업 듣는 것을 몰라서 그런지 내 이름을 호칭해서 독일어 알파벳을 읽으라고 시켰다. 그래서 나도 그 수업시간 끝나고 바로 교학처에 가서 전공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내 수능 점수에 따르면 한국어학과에 갈 수 있다고 하니까 바로 그자리에서 '오케이, 한국어학과로 가겠다'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바로 제출했고 다음날부터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어학과에서는 일주일 늦게 수업을 듣는 나까지 질릴정도로 자음, 모음을 매일 소래 내어 읽게 하였다. 거의 한 달동안 자음, 모음을 결합해서 매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와 외대, 혹은 나와 한국어의 인연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취직이 바로 된 친구도 있고, 한국어와 아무 관련 없는 회계쪽으로 취업하는 친구도 있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한국어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으나 스스로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없는 편이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학과 선배를 통해 일자리 2개정도를 소개 받았으나 면접만 봤고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어느날 '에이레이' 전화 왔다는 옆집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 올 데도 없는데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전화를 전해받았을 때 졸업 동기의 전화였다. 동기들의 연락처가 적혀있는 책에서 내 연락처를 보고 전화한 거였다고 한다. 자기들이 일하고 있는 데에서 한국어 전공자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위치를 파악해본 결과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공단지역이라서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 나야 두말 할 거 없이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보고 바로 준비해서 이력서 및 증명서를 가지고 버스에 올라탔다. 회사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려 한 여름의 무더위에 양산을 쓰고 정류장에 있는 가계 주인에게 '재우공장' 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안내해주는 대로 찾아갔었다. 먼저 여성 한국인 책임자와 만났고, 이력서 가져왔냐는 질문에 '이력서'는 나에게 낯선 용어라 못 알아들었지만 무조건 '예'라고 대답하고 가져온 서류를 다 건해줬다. 그다음에 나를 법인장실로 데려가 면접 보게 해줬고, 기본적인 질문들을 주고 받았다. 그러고 나서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하니, 망설일 것도 없이 내일부터 출근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인장도 웃으면서 인사과 메니저를 불러 나를 인사 시켜주고, 근무조건을 알려주라고 했다. 인사과 메니저 아저씨가 '월급은 10만짯부터 시작될 것고 괜찮아요?' 라는 질문을 듣고 속으로 '좀 많이 주네!' 라고 생각해서 '회사 입장에서 괜찮은 대로 줘도 된다'고 답했다. 무리하게 많이 줄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그때부터 시작해 봉제 공장에서 4년간 쭉 통역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다른 통역 친구들은 공장 일이 힘든다고 하나, 둘씩 그만두었으니 나도 모르게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직을 시도하다가 외대 학과장님과 3년 만에 만나게 되었고, 연락처 교환하고, 어느 날 학과장님의 메일 한통을 통해 어떤 한국인 남자와 메일상으로 알게 되었다. 

    거의 매일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나의 사정을 알고 남자친구는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회가 생기자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유학 왔고, 등록금 잔액,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포스코 장학생으로 석사과정을 다니게 되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남자친구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취업준비도 하면서 학원도 다니면서, 통역 알바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나의 어렸을 적에 우연히 꾸었던 외대 학생이라는 꿈이 크고 나서 실제로 외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수능시험 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 친 언니들 소개로 우연히 배우게 되었던 재봉기술이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취업할 때 유용한 기술이 되었다. 한국어와의 인연으로 인생의 배우자도 만났다. 계획된 우연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가 본다. 내가 새언니에게 배웠던 회계는 조금 있으면 한국에서 전산회계학원 갈 때 유용할 것이 확실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회계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보다 영국에서 인정한 회계 자격증을 따본 적이 있어서 수업을 따라가는 데에 큰 문제 없을 거라 믿는다. 아무튼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그냥 우연히 발생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알고보면 마치 미리 계획한 것처럼 쓸쓸 쓸모가 생겨나고, 우연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인연으로 업그레드 된다는 것을 나의 계란 한판의 인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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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맑은순이